문 불교는 처자와 생업을 두지 않고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니 어찌 독선과 염세주의가 아니겠는가?
답 화엄회상華嚴會上에 무량세계 수없는 보살이 모든 처자와 권속을 두지 않은 자는 오직 천이백 명뿐이다. 네가 이제 어떠한 경문에서 그런 것을 배웠는가? 『화엄경』 「이구지품離垢地品」에 이르기를 ‘보살이 자기 처에 만족함을 알고 다른 아내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유마경』에 이르길 ‘높은 언덕과 육지에는 연꽃이 피지 아니하고 비습하고 더러운 진흙에 연꽃이 핀다’고 하였으며, 육조께서 이르시길 ‘세상을 떠나 보리를 찾으면 토끼의 뿔을 구함과 흡사하다’ 하였으며, 『화엄경』 「십회향품十廻向品」에 이르길 ‘불자야, 보살마하살이 집에서 그 처자와 함께 있어도 일찍이 잠시라도 보리의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부처의 도가 본래 그러하다. 소승인이 빨리 성취하는 과목이며 혹 대승보살이 전문하는 과목이다. 내 비로소 불교의 교문이 광대함을 알았으므로 그 도를 존중하여 입교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