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간문

(書簡文)
서간문書簡文
용성스님이 아베미츠이에(阿部充家)에게 보낸 편지(3건)
名称 阿部充家文書
標題 白龍城
分類番号 348-3
国立国会図書館
登錄番号 (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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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편지
제공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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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아베미츠이에[阿部充家] 댁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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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部充家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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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동(長沙洞) 142번지(番地)
백용성(白龍城) 삼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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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沙洞百四十二番地
謹 白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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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며칠 간 노거사(老居士)의 생활과 건강은 병도 없고 걱정도 없이 청정하고 평안하셨는지요? 삼가 그리워하는 마음 구구절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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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伏未審日來老居士之氣體候小病小惱淸淨安樂乎伏慕區區切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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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납(小衲)은 예전 그대로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어 다행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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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衲依舊伏幸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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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옵건대, 옛말에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어 있고, 사람을 위하면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다라고 한 것을 혹 기억하고 계십니까? 각황사[覺皇]의 승려가 임제(臨濟)라는 두 글자를 마치 원수[仇讐]를 보듯 하는 것은 어떤 마음입니까? 임제의 문손(門孫)은 피아(彼我)가 일반입니다. 어찌 구구하게 반대하는 마음이 이와 같을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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就白古云殺人須見血爲人須爲徹或可記得乎覺皇僧侶臨濟二字見如仇讐是何心情乎臨濟門孫彼我一般也何區區反對之心若是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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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치안방해(治安妨害)라고 하는 정치적인 말이 없었는데, 어떠한 연유로 정부는 임제종을 좋지 않게 보는 것이 이리도 심하단 말입니까. 저 승려들은 정부의 힘을 빌려 우리 임제종을 압박하고 있으니, 임제종과 몇 천 겁이나 원수로 지내려 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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鄙無治安妨害政治的說何故政府見臨濟不善之甚若是乎彼僧侶假托政府而壓迫吾宗與臨濟幾千刼有何仇讐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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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 세상에 태어나 이제 그만이지만, 사람을 죽이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어 있고, 사람을 위하면 반드시 통하게 되어 있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을 보고서 어찌 깊이 생각지 않겠습니까. 임제종을 세상에 드러나게 해주신다면, 천만다행일 뿐입니다. 오늘날 선종(禪宗) 임제파(臨濟派) 강구소(講究所)에 앞으로 임제종이 갖추어져서 힘을 다해 두루 펴질 터전이 세워지길 매우 간절히 우러러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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鄙限此世出生也殺人須見血爲人須爲徹見此那勿深思使臨濟宗若現著世界千萬伏幸今日禪宗臨濟派講究所將來立臨濟宗之準備極力周旋之地千萬仰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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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형식은 다 갖추지 못합니다. 삼가 당일에 아룁니다. 백용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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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不備 伏白即日 白龍城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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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편지
제공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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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称 A 阿部充家文書
標題 白龍城
分類番号 169
国立国会図書館
登錄番号 (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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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아베[阿部] 사장(社長) 댁[殿]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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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部社長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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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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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에 도후(道候)1) 는 청정(淸淨)하셨습니까? 삼가 그러하시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어제 저녁에 나아가 이른 말은 함부로 되는 대로 뱉은 것으로, 도(道)를 어지럽히고 선생의 귀를 괴롭히기만 하여서, 실례됨이 매우 컸기에 황공하고 황공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진실한 마음에서 나온 말로서, 감히 한마디 말도 속임이 없으니, 관대하게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우러러 기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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夜來道候淸淨乎伏祝塵沙耳就白昨夕胡說亂道煩於尊聽失禮不淺惶惶恐恐然是亦眞情不敢一言相欺幸望寬恕之地千萬仰祝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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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小衲)2) 는 어제 밤에 친절한 가르침을 삼가 받고서, 온갖 잡생각이 일순간에 사라졌습니다. 그리하여 다만 본분(本分)만을 지킬 뿐, 본종(本宗)의 흥망성쇠에 대한 생각은 멀리 다른 곳으로 흘려보고, 다시는 괘념치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종(吾宗)의 흥왕(興旺)은 모두 시겁(時劫)의 운수에 달려 있는 것이니, 어찌 애써 힘쓴다고 구해지는 것이겠습니까. 인연 따라 먹고 마시며, 선탁(禪榻)과 주장자[拄杖] 그리고 불경[黃卷]과 침상 하나면, 그저 스스로 만족할 뿐입니다. 어제 저녁에 실례를 범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금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베푸시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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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衲昨夜伏蒙慈訓百慮都灰只守本分而本宗成不成·興不興遠送他方更不掛念也吾宗興旺都在於時劫運數豈在力求耶隨緣飮啄禪榻拄杖黃卷一床是我足哉昨夕失禮伏望寬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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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다 갖추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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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不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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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당일에 아룁니다. 소납(小衲) 백용성(白龍城) 배상(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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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白即日小衲白龍城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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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追告] : 어제 저녁 묘심사(妙心寺)에서 출장(出張)에 대해 말씀드린 내용들은, 마구니에 홀렸는지 매우 혼란스러운 가운데 실언한 것이니, 모두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망상(妄想)으로, 다시는 이러한 부탁이나 게으른 생각은 일절 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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追告昨夕妙心寺出張云云者因魔多撓欲爲除去矣是亦妄想更不一切依懶爲决心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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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편지
제공 ; 국사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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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称 阿部充家文書
標題白龍城
分類番号 348-4●
国立国会図書館
登錄番号 (공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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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아베미츠이에[阿部充家] 댁에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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阿部充家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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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부(京城府) 인사동(仁寺洞)
조선선종중앙포교당(朝鮮禪宗中央布敎堂)
백용성(白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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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城府 仁寺洞 朝鮮禪宗中央布敎堂 白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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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아룁니다. 금일 본산(本山)3) 의 주지가 내무지방국(內務地方局)에 출두하여 이회광(李晦光)과 시비를 가리는데, 관리가 강제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화급하고 신속하니, 원컨대 대인께서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속히 구제해 주시기를 삼가 바라는 바입니다. 금일 소납 백용성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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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白本日本山住持內務地方局出頭 與李晦光裁判 而官理用強制手段 火急迅速 願大人用百種方便 速速救濟 伏望 即日 小衲 白龍城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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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찰(禪刹) 대본산(大本山) 범어사(梵魚寺)
적요(摘要)4)
달마조사 이래로 임제 선사에 이르기까지 바로 전해져서 대대로 서로 이어져 응암 담화(應庵曇華)에 이르렀고, 다시 전해져 여조(麗朝)의 태고 보우(太古普愚) 선사에 이르렀으며, 또한 이조(李朝)의 청허 휴정(淸虛休靜) 선사[서산(西山)대사]에 이르러 대대로 서로 전해진 문손(門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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達摩祖師下臨濟正傳代代相傳 至應庵曇華 傳至麗朝太古普愚禪師 又至李朝淸虛休靜禪師(西山) 代代相傳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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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산(大本山) 금강수찰(金剛首刹) 유점사(楡岾寺)
임제 선사 이래 대대로 서로 전해져 청허 휴정(淸虛休靜) 선사에 이르고, 그 법맥을 이은 환성(喚惺)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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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代代相傳 至淸虛禪師 法脉喚惺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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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찰(佛刹) 대본산(大本山) 통도사(通度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서산(西山)대사]에 이르러, 송운(松雲)과 편양(鞭羊) 두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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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西山)松雲鞭羊兩禪師下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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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백양사(白羊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휴정(淸虛休靜) 선사의 적손(嫡孫)인 환성(喚惺)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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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休靜禪師嫡孫喚惺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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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찰(法刹) 대본산(大本山) 해인사(海印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적손인 환성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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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喚惺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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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건봉사(乾鳳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법맥인 호암(虎巖)과 함월(涵月) 두 선사의 문손(門孫).[염불회의 초창기에 발징화상(發徵和尙) 이후에 뒤를 잇는 자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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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法脉虎巖涵月兩禪師門孫也(念佛初創發徵和尙無後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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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禪苑) 대본산(大本山) 전등사(傳燈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휴정(淸虛休靜) 선사의 법맥을 이은 환성(喚惺)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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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休靜禪師法脉喚惺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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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5)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법맥을 이은 송운(松雲)과 편양(鞭羊) 두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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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法脉鞭羊松雲兩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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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법흥사(法興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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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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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기림사(祗林寺)
임제 선사 이래 서산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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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西山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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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북(關北) 선교(禪敎) 양종(兩宗) 대본산(大本山) 귀주사(歸州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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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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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찰(首刹) 대본산(大本山) 봉은사(奉恩寺)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법맥을 이은 환성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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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禪師法脉喚惺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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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산(大本山) 선암사(仙巖寺)[사법(寺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음]
임제 선사 이래 청허 선사의 법맥을 이은 상월(霜月)과 백파(白坡) 두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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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淸虛法脉霜月白坡兩禪師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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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찰(僧刹) 대본산(大本山) 송광사(松廣寺)
임제 선사 이래 부휴 선사의 법맥을 이은 묵암(黙庵) 선사의 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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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濟下浮休禪師法脉黙庵門孫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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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와 같이, 삼십 본산(本山)의 본말사(本末寺)는 모두 임제 선사 이래 청허(淸虛)와 부휴(浮休) 두 선사의 법손(法孫)이다. 저 승려 등은 그 종교의 정신을 잃고서, 세속의 이익과 흐름만을 따라 무종(無宗)의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스물아홉 본산의 본말사 선원은 모두 종교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회광(李晦光)이 펼치는 운동을 따른다면, 이는 조선의 불교를 알지 못하는 것이니, 무엇으로 종주로 삼겠는가. 저들이 말하는 선교종(禪敎宗)에서 교(敎)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이 말씀하신 팔만대장경 가운데 어떤 경을 종주로 삼는가? 달마가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 본래 성품을 깨달아 부처를 이룬다는 뜻은, 교외별전(敎外別傳)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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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略如是 而三十本山本末寺 皆臨濟下 淸虛浮休兩禪師 法孫也 彼僧侶等失其宗敎精神 隨波逐浪 陷於無宗狀態 然二十九本山本末寺禪院 處處有之也 隨李晦光等運動 不知朝鮮佛敎 以何爲宗 彼稱禪敎宗 盖敎者佛之所說八萬藏經中何經爲宗乎 達摩直指人心見性成佛旨者 敎外別傳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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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과 경봉스님 간의 편지(14건)
석명정, 삼소굴 소식 (1998, 영축총림통도사극락선원), pp.26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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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1)
[원문]
玉函이 到來에 忙手開見코 不承欣悅耳 積年公務擾之中에 發見無價寶藏하니 若非宿植般若種智면 焉能如是리요 余亦未盡者나 然이나 此是極重大事라 切不可輕言證明이니 不知他人所悟하고 妄而抑之라도 罪人也요 不知悟之淺深하고 妄而忍之라도 罪人也니 切不可草草耳
淸 雍正皇帝云 近來參學之徒가 不是解路活弄이면 便是斷言語道滅心行處요 不是這箇道理명 以無滋味로 便爲極則이라 하나니 師之所悟가 果何如요 若虛空에 發焰하야 空이 消殞하고 海底에 生煙하야 山河大地가 一時燒却이라도 到者裡하야 更道有間에 不可無答而這葛藤小許耳
公이 眞實話頭上에 打破疑則 眞箇火中生蓮이라 我亦讚嘆不已耳復復何言이리요
今時擧皆悟道者는 不是諸法空寂이면 便是無言可對 無理可伸요 又不是良久默默이면 便是密作用等이요 又不是打破宗門向上하야 執於最初句이면 便是大用現이니 此等事가 不道不是나 而於本性에 未夢見在이니 知知否 我之本性은 非體非用이며 非宗門向上非最初句非大用等이라 臨濟德山이 幷偸心鬼子며 山世諸佛이 如蚊虻이 亂鳴이라 這裡에 總不着耳 然이나 若實悟本性이면 如火燭이 在前하야 不是問人可否이니라
會否此事는 如水中鹽味하야 決定是有로되 見之不見聞之不聞p.262이라 種種名相 種種義理 世出世間事가 總不得着이로다 雖然不着이나 這事分明하니 眞實理會否 喩之於水컨댄 淸淸然 濁濁然 洋洋然 波波然 活動而流下然호되 幷不是水之本性이니 會否 水之性이 見濕이나 決不現相可見이라 水波打於石面然後에 濕을 可見이나 元不濕之濕이 可現爲濕이요 大覺之性이 體非種種名相이로되 於見色聞聲에 現爲知覺하니 元不覺之覺이 可現爲覺이라 始本一體며 本末이 無二이니 無二之性이 實性이로다
此實性은 在凡而不減하고 在聖而不增하니 公이 若悟此理하면 現世에 橫說竪說하야 三玄이니 宗門向上이니 最初句이니 三要이니 我空이니 法空이니 良久默然이니 絶對로 짐적이 없는 것이 大用이 現前이니 하는 무리로 不同할 것이니 可知否아 若實如是면 掃蕩也在我 建立也在我 如明珠가 在掌에 弄來弄去하며 縱橫遊戲하야 便爲無事閒道人也
潙山이 云 修與不修는 是兩頭言이니 但淸不附物이면 任他法性에 周流하야 莫斷莫續이라 하시니 便於此에 決擇할 것이며 牧牛子云호되 心住心位하고 境住境位하야 有時에 心境이 相對하야도 心不取境하며 境不臨心하면 自然妄念이 不生하고 於道에 無碍하리라하니 公의 習氣를 自量하야 眞心直說에 十種做工夫法에 何者든지 取하여 做工하오 或習慣이 重하야 定力이 劣하고 昏散에 沈하거든 十種中에 初一覺察做工夫法을 할 것이요 或人境俱不奪을 取하여 工夫하시오
己巳 九月 十五日
白龍城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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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주신 편지를 서둘러 뜯어 보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소. 오랫동안 공무의 분주한 가운데서도 무가(無價)의 보장(寶藏)6) 을 발견하였으니 만약 여러 생에 반야(般若)의 지혜종자를 심지 않았으면 어찌 능히 이와 같겠습니까. 나 또한 미진(未盡)한 처지지만 그러나 이것이 지극히 중대한 일이라 실로 경솔한 말로서 증명할 수 없습니다. 다른 이의 깨달은 바도 모르면서 억누름도 죄인이며 깨달은 바가 깊고 옅은 것도 모르면서 망령되이 인가(認可)하는 것도 죄인이니 실로 예삿일이 아닙니다.
청나라 옹정황제7) 가 이르기를 요즈음 참선하는 이들은 의해(義解)로 따르지 않으면 말길과 마음이 끊어지는 곳을 집착하고 이러한 도리가 아니면 아무런 재미 없는 것을 극칙(極則)으로 삼나니 스님의 깨달은 바는 과연 어떠한지요. 만약 허공에 불이 일어나 허공이 타버리고 바다 밑에 연기가 일어나 산하대지(山河大地)가 한꺼번에 타버리더라도 여기에서 다시 묻는 데 답을 못하면 조금 갈등이 남음이로다.
스님께서 실로 화두(話頭)에 의정(疑情)을 타파하였으면 참으로 불 가운데 연꽃이 솟음이라 나 역시 찬탄하여 마지 않음이니 다시 무슨 말을 하리요
요즈음 깨달았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대개가 모든 법이 공적(空寂)하다고 하지 않으면 가히 상대할 것이 없고 가히 이치를 펼 것이 없다 하거나 잠깐 묵묵히 있지 않으면 은밀히 작용하고 또는 종문(宗門)의 향상(向上)을 타파해서 최초구(最初句)에 집착하지 않으면 대용(大用)을 나타냄이라 하니 옳지 않다는 것은 아니나 자기의 본성(本性)은 꿈에도 보지 못함이니 알겠습니까.p.264 나의 본성은 체(體)도 아니며 용(用)도 아니며 종문향상(宗門向上)도 아니며 최초구도 대용도 아닙니다.
임제(臨濟)8) 덕산(德山)은 이 모두 마음을 훔치는 도깨비이며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는 마치 모기가 어지러이 우는 것과 같음이라 여기에는 무엇이든지 붙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참으로 본성을 깨달으면 촛불이 눈앞에 있는 것과 같아서 누구에게 물을 필요가 없으니 알겠습니다.
이 일은 물 가운데에 소금맛과 같아서 결정코 있는 것이나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것과 같음이라 여러 가지 명상(名相)과 온갖 의리(意理)와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일들이 전부 붙을 수가 없는 것이니 비록 그렇게 붙을 수가 없지만 이 일만은 분명한 것이라 진실로 이 이치를 아시겠습니까. 저 물에 비유하자면 맑기도 하고 탁하기도 하며 넓게 파도 치고 출렁거리며 하류로 흘러가되 이것이 아울러 물의 본성은 아니니 물의 성질은 젖는 것이나 결코 현상을 볼 수 없으되 파도가 돌에 부딪친 뒤라야 젖는 것은 보지 못하나 원래로 젖지 않는 그 젖음이 가히 젖음으로 나타남이요 대각(大覺)의 성리(性理)가 그 당체(當體)에는 여러가지 명상(名相)이 없으되 빛을 보고 소리를 들음에 깨달아 아는 것이 나타나나니 원래로 깨달음 아닌 그 깨달음이 가히 깨달음으로 나타남이라, 시작과 근본이 한 몸이며 근본과 지엽이 둘이 아니며 둘이 없는 그 성리(性理)가 참된 성리로다.
이 참된 성리는 범부에게 있다 해서 못할 게 없고 성현에게 있다 해서 나을 게 없다. 스님이 만약 이 이치를 깨달으면 현세(現世)에 종횡으로 설파하여 삼현p.265(三玄)이니 종문향상(宗門向上)이니 최초구니 삼요(三要)니 아공(我空)이니 법공(法空)이니 양구묵언(良久默言)이니 절대로 짐작이 없는 것이 대용(大用)이니 하는 무리들과 같지 않을 것이니 아시겠습니까. 만약 이와 같으면 쓸어버림도 나에게 있고 세우는 것도 나에게 달려서 밝은 구슬을 가지고 놀며 종횡으로 유희함에 일없는 한가로운 도인입니다.
규산(潙山)9) 이 이르시기를 닦는 것과 닦지 않는 것이 두 가지 말이니 다만 물질에 아무런 뜻이 없다면 저 법의 성품에 맡겨져 두루 유통하여 끊지도 말고 잇지도 말라 하신 여기에 결택할 것이며 목우자(牧牛子)가 이르시되 마음이 마음에 머물고 경계가 이 경계를 취하지 않으며 경계가 마음에 임하지 않으면 자연히 망념이 일지 않고 저 도에 걸림이 없으리라 하니 스님의 습기를 스스로 헤아려서 진심직실(眞心直說) 가운데 열 가지 공부짓는 방법 중 어느 것이든지 선택해서 하십시오. 혹시 습관이 중하여 정력(定力)이 약하고 혼침과 산란에 빠지거든 열 가지 중에 첫번째인 깨달아 살피는 공부법을 의지할 것이며 혹은 사람과 경계를 함께 빼앗는 방법과 혹은 사람과 경계를 모두 빼앗지 않는 공부를 하십시오.
기사년 9월 15일
백용성 답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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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2)
[원문]
敬復
道候有情而 淸淨勿藥乎 病差藥除 衣前只是舊時人更無別有人得懺悔也 達摩云 心生便是罪生時 罪滅心空兩俱空 是則名爲眞懺悔 咄是瘡上添艾灸相似
近日多口阿師 或云法法全眞 或云 和根拔去 擧皆依樣畵去 轉不相應 如太末蟲 緣於物上 格外格內之談 說理說事 說生說佛說平常本 平常等之談 成却多小人 誤却多小人 設似脫却範圍是等事라도 亦欠哉底
靑松落落立 白雲片片飛 遙望涯天邊 夕陽返射紅 古佛元不會我亦無所得 打破虛空骨 忽地霹靂起 本衲 遠師喚惺하니 喚惺則我師라 不必可記也
世尊 二千九百四十二年 至月 二十三日
喚惺 法嗣 龍城 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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此書를 好紙更書하야 以爲證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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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삼가 회신을 보냅니다.
도체후 청정하여 약을 안쓰는지요. 병도 차도가 있고 약도 필요 없으면 여전히 예전 사람이라 다시 누구에게 참회할 필요가 없습니다.p.268 달마스님이 이르기를 마음이 일어날 때 문득 죄가 생기고 죄가 사라지고 마음이 공하면 두 가지가 함께 없어진다. 이것을 이름하여 참된 참회라 한다고 했으니 쯧!
이것은 부스럼 위에 쑥뜸질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요즈음 말 많은 법사들이 혹은 법법(法法)이 온전히 참됨이라고 하거나 혹은 뿌리째 뽑는다고 하는데 대개가 본을 의지해서 그림을 그리려 하니 점점 상응하지 못합니다.
저 태말충10) 이 물질 위에 붙어 있으면서 격외격내의 말을 하는 것과 같이 이치를 말하며 사물을 말하며 중생을 말하며 부처를 말하며 평상과 본래 평상 등을 말하여 몇 사람이나 성취하게 하고 몇 사람이나 그르치게 했는가 설사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도 또한 결점이 있도다.
푸른 소나무는 낙낙히 섰고 흰 구름은 편편히 흘러가는데 아득히 하늘가를 바라보니 저녁노을이 붉게 반사되네. 옛 부처도 원래 모르고 나도 얻은 게 없어 허공의 뼈를 쳐부수니 문득 벽력소리가 일어나도다.
본납(本衲)은 멀리 환성(喚惺)11) 에게 법을 이었으니 환성은 나의 스승이라 더 기록할 필요가 없습니다.
세존 2942년 11월 23일
환성 법사 용성 답장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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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좋은 종이에 다시 써서 증거문으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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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3)
[원문]
惠書를 詳悉而 如此庚炎에 大法氣體候 了了申申乎잇가 甚祝 甚祝而 生은 依舊是幸耳 下托袈沙는 依敎送呈이나 姑未新造하니 本年冬間에 製呈爲計하니 以是下諒焉하시오
生은 北間島 龍井市에 新設大覺敎하고 方今布敎而 而革命的 民衆敎로 爲務耳 然이나 備盡心力하여 渴盡金錢而身上에 都無一分錢耳
餘不備白
七月 七日
白相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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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편지를 잘 받았습니다.
요사이 삼복 더위에 대법기체후 편안하시다니 기쁩니다.
생은 여전하니 다행입니다.
부탁한 가사는 보내드릴 예정이나 새로 지은 것이 없어 금년 겨울 안으로 지어서 보낼 예정이니 양해를 하십시오.
생은 북간도 용정시에 대각교(大覺敎)를 신설하고 포교를 시작하여 혁명적인 민중교(民衆敎)로 힘을 쓰고 있으나 심력(心力)이 다하고 금전이 다 되어 신상에 도무지 한 푼도 없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7월 7일p.271
백상규 올림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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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4)
[원문]
久阻之餘 奉讀惠書 多感多感耳 謹未審伊來
大法氣體候 隨時萬康乎잇가 頌祝塵沙외다 生은 依舊是幸耳 禪院宗主事는 本敎多事함으로 玆以違敎하오니 不諒하시옵소서
敎生은 僧籍을 除去하엿쓰니 其故는 朝鮮僧侶 畜妻噉肉하고 寺財를 盡耗함에 對하야 僧數에 處할 生覺이 頓無한 原因이외다
餘不備具
四月十五日
白相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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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오랫동안 적조하던 차에 편지를 받아보니 감사합니다.
삼가 그동안 대법기체후 수시로 만강합니까. 간절히 송축(頌祝)합니다.
생은 여전하오니 다행인가 합니다.
선원(禪院)의 종주(宗主)문제는 본(本) 대각교(大覺敎)의 일이 번다하여 부탁하신 청을 들어드리지 못하오니 양해하시옵소서.
교생(敎生)은 승적을 제거하였는데 그 까닭은 조선 승려는 축처를 하고 고기를 먹으며 사찰 재산을 없앰에 대하여 승수(僧數)에 처할 생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4월 15일
백상규 답장 올림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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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5)
[원문]
謹不審是辰
道候淸淨勿藥乎 甚企祝耳 老漢은 依舊是幸耳 第控 下示中所說一一切實하야 使人感心하야 不覺肯頭나 然이나 以爲除籍者已久矣라 更不相續而 老漢은 大覺聖前에 大戒를 捨한 것은 안이니 本受之戒를 身心荷擔故로 大覺聖尊이 我를 棄할 理는 無할 것이요 但現在 僧籍만 除去한 것이니 掛念할 必要가 無합네다
老漢은 現在寺刹制度와 二百萬圓責務를 看할 時에는 現在僧數에 同列할 生覺이 絶無한 故로 除籍한 것이요 大覺의 聖訓을 捨한 것이 아니며 大覺敎를 建設한 後로 新敎人數萬人을 得하여 薄伽梵의 最上眞理를 宣布하니 大覺敎나 佛敎나 本無二致耳라 兩不相妨也니다
經云 佛名大覺이라 하니 具一切智故라 하시니 自不外道耳 諒知焉하시오
癸酉 七月 十六日
龍城 白相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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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삼가 요즘에도 도체후 청정하시며 병이나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노한(老漢)은 다행히도 여전합니다.
보내온 편지의 말씀은 일일이 절실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감복하여 저절로 머리를 숙여지게 합니다만 나는 이미 제적(除籍)한 지 오래되었으므로p.274 다시 상속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노한은 대각성전(大覺聖前)에 대계(大戒)를 버린 것은 아니니 본래 받은 계를 몸과 마음에 굳게 짊어지고 있으므로 대각성존께서 나를 버릴 이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승적에만 제거한 것이며 다시 괘념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뿐입니다.
노한은 요즈음 사찰의 제도와 또 2백만원의 (종단)채무를 볼 때에 도저히 승려들의 무리 속에 함께 할 생각이 없어져 스스로 제적한 것이요, 대각의 성훈(聖訓)을 버린 것은 아니며 이미 대각교를 세운 뒤에 새로 교를 믿는 사람 수만명을 얻어 부처님의 최상 진리를 선포하니 대각교나 불교나 둘이 아닌지라 둘이 서로 방해롭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경에 이르기를 불(佛)을 대각(大覺)이라 이름하는 것은 일체의 지혜를 갖추었기 때문이라 하시니 스스로 외도가 아닌 것입니다.
그리 알아 주십시오.
계유년 7월 16일
용성 백상규 답장 올림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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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6)
[원문]
日前答書 必想入覽矣 未暗仲春之節 法候萬綬 住持和尙與同 留淸衆一遭否 幷仰溸區區 病衲汨沒塵惱 無足仰讀而 所謂三藏譯會 得許可書類 數十餘種 但恨錢路難辨 未得盡終 然今 年內左右間 留京之形便 來春後 不可不住山之計則 或可見 諒後 內院禪院密爲周金 今明年間 完成禪林則 老來安身之策 豈不曰善乎 雖有住山之心 四顧山野 無與劃策者 故玆以寄托也 勿以尋常置之 凡事間極力圖之 勿失好期 如何如何 餘多擾
不戩謹函
陰 二月 五日
病衲 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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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일전에 답서는 아마 보셨겠지요. 요사이 중춘지절에 법체후 만안하시고 주지화상과 대중스님네가 안녕하십니까. 아울러 간절히 사모합니다.
병납(病衲)은 진뇌(塵惱)에 골몰하다 보니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소위 삼장역회(三藏譯會)12) 에 대해서는 허가서류를 십여종이나 되게 얻었습니다만 자금의 어려움이 한이 되어서 끝맺음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좌우간 서울에 머무를 형편이고 내년에는 다시 산에 머무를 계획이니 양해하여 주십시오.
내원선원(內院禪院)은 은밀히 돈을 주선하고 있습니다. 금명년간에 선림(禪林)을 완성하게 되면 노래(老來)에 안신(安身)할 계책이니 어찌 잘 되었p.276다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산에 머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사방산야를 둘러봐도 더불어 계획을 의논할 사람이 없어 이렇게 말씀드리오니 심상하게 여기지 마시고 평범한 일이라도 힘을 다해 도모해서 좋은 기회를 잃지 않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남은 말은 너무 번잡한 듯해서 편지에 다 쓰지 못합니다.
음 2월 5일
병납 용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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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7)
무더위가 찌는 듯한데
법체후 청량만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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酷炎 極蒸하온대
法體候 淸凉萬福乎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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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은 이달 20일에 화엄경13) 인쇄를 착수하였는데 3년이나 걸려야 결말이 나겠다고 하니 잠시라도 몸이 빠져나갈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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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은 本月二十日에 華嚴經印刷에 着手 而三年間에사 結末되것다고 한즉 暫時無出身之路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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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금년도에 내원(內院)에 대하여 작년도에 사중(寺中)의 빚으로 쓴 것 중에 700원이 선객(禪客)의 소용외에 명분 없이 소용되었기로 금년도의 재단조로 700원을 주었고, 또 선원(禪院)에서 부족하다 하여서 400원을 주었는데 주지가 사표를 내겠다고 하여서 여러 번 권유해 보았으나 도무지 듣p.279질 않으니 탄식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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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은 今年度에 內院에 對하야 去年度 寺中責務 所用된것이 七百圓이 禪客의 所用 外에 無名色하게 所用되엿고 今年度에 財團條 七百圓給하고 又禪院에 不足이 된다 하여서 四百圓을 給하였는데 住持가 絶對로 辭免하것다고 하여서 萬端개유하여도 都不聽之하니 是可歎也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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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금년에 선원에 대한 책임을 다하였고 다시 가산(加算)하여 줄 수 없는 형편입니다.
북간도사업과 함북 나남(羅南)사업과 경성가옥 유지 등에도 맨손으로 심력(心力)을 다하는 가운데 화엄경 불사를 하니 어느 때에 의욕과 기량이 설 곳 없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더구나 선원 수좌(首座)는 한 사람도 합당한 이가 없으니 시절 탓인가 인연 탓인가 또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불법이 스스로 폐지될까 두렵습니다.
주지의 말은 본산 분배금과 각 소용금은 날마다 독촉이 오고 객(客)의 양식은 다른 절보다 몇 배나 더 들어서 하루 속히 사면하겠다며 절대로 듣질 않습니다.
그래서 금년은 약속대로 본인은 책임을 다하였으니 선원을 계속하도록 하라 하였는데 주지는 누구를 내든지 선원은 계속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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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누락]生은 今年에 禪院에 對한 責任은 다하엿고 更히 加算하여 줄 수는 無한 事라 北間島事業과 咸北羅南事業과 京城家屋維持에 空手로 備盡心力中에 華嚴佛事를 하니 有時에 欲器之無地한데 禪院首座는 無一人可合者니 時耶緣耶 且奈何오 吾恐佛法이 自弊일가 함네다 住持 말은 本山分排金과 各所用金은 逐日踏至하고 客粮이 他寺보다 幾倍가 되니 急速히 辭免하것다고 絶對 不聽함네다 然則 今年은 言約대로 本人은 責任은 다하여쓰니 禪院은 斷續하라고 하여쓰나 住持는 何人이 出하든지 禪院은 多少間에 斷續하려고함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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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시절을 시작한 뒤 만여원을 소비하였습니다만 주지는 절대로 않겠다고 하니 사중에서 알아 선택하여 내도록 하십시오. 내년에는 수좌의 양식만 공급하고 재단의 인조(印條) 일체는 책임지지 않겠습니다. 세상에 하나도 믿을 것이 없습니다. 생은 정성을 다하여 한 일이온데 삼년간 동구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든지 오후에 먹지 않을 것 등 온갖 규칙을 모두 스스로 파괴하고 나의 지휘는 털끝만큼도 따르지 않으니 나의 신심(信心)도 또한 게으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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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設始後에 萬餘圓을 消費하엿심네다 住持는 絶對로 안이한다고하니 寺中에서 選擇하여서 出하시옵소서 明年度에는 首座의 粮米만 給하게 財團印條一切는 責任지지 안이할가 함네다 世上이 一도 信 할 것이 無하외다 生은 精誠을 다하여 한 일이온대 三年洞口不出p.278 午後不食 等 一切規則을 皆自破壞하고 我의 指揮는 一毫도 不遵하니 我의 信心도 亦懈怠하게 되엿심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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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늙으막에 기력이 점점 없어져서 걷기도 어려워지고 심신도 모두 피곤하기만 하니 이는 나의 죄보로 불법 멸망시대에 태어난 것이외다.
이렇게 불법에 기진맥진하여 있는 데다 서울의 모든 객승들은 이런 사정은 돌보지 않고 모여들어 먹어대니 스스로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는 중p.280에 각처에서 오는 편지는 거의가 각종 청구서들 뿐인지라 참으로 불지일자(佛之一字)가 나에게는 커다란 고처(苦處)가 되었습니다. 조주(趙州)14) 가 이르기를 불지일자를 내 즐겨 듣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이야말로 진실로 참말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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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亦老年에 氣力漸微하여 行步 곤란하여지고 身心이 피곤하니 是는 我의 罪報로 佛法滅亡時代에 出한 것이외다 卽今은 佛法에 氣盡脈盡하게 되엿고 京城에 諸 客은 不顧하고 聚食하니 自處危地에 有한 中 各處에 踏至란 便紙가 擧皆請求文字외다 但佛之一字가 是我大苦痛處也니다 趙州云 佛之一字를 吾不喜聞이라하드니 是眞箇眞言也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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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백상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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七月 十三日
白相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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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화상에게는 따로 글 쓰지 못하였습니다. 뒤에 짬을 보아서 하겠습니다. 화엄경 인쇄비가 2만원에 달하게 되었으나 누구든지 각 사원에서 한 사람이라도 동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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住持和尙게는 姑未上書하오니 推後見機하여서 하것심네다 華嚴印刷費가 二萬圓에 達하게 되엿십네다 何人이든지 各寺院에서 一箇人이라도 同情할 사람은 無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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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8)
[원문]
(一章 缺損)
一句하야사 始得다 近來衲僧이 擧皆悟道云者는 所悟가 不出於空이니 若空不空이 俱空하야 空亦空하고 空亦空이라도 於自家眞性은 未夢見者니 空이 空하고 空이 空이라 하야 如是轉轉無盡空이라도 空을 難離이요 甚至良久默言하야 自證을 表現하여도 未可이니 宗師家에서는 以空無言으로 不爲道이니 空不是道며 空不是性이니 비유하건댄 虛空이 自體가 群相이 안인 것과 如하야 覺性亦然耳 然이나 轉身一句를 作麽生道오 更待一句하야 悟後修煉을 略呈일까함니다
斬描之事는 佛祖與山河가 乞命於南泉이나 趙州載履之句는 不是這箇事 深思焉하시오 餘는 不備回上
二九五五年 正月 十五日
龍城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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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한 장 빠짐)
일구(一句)하야사 옳도다. 근래에 납승(衲僧)이 도를 깨달았다는 이들 거의가 깨달은 바가 저 공(空)에서 벗어나지 않나니 만약 공과 불공(不空)이 함께 공이 또한 공하고 공이 또한 공하더라도 자기의 참된 성품은 꿈에도 보지 못하나니 공이 공하고 공이 공이라 하야 이와 같이 전전하여 다함 없이 공하다 하더라도 공을 떠나기 어렵고 심지어 양구(良久) 묵언(默言)p.282으로 스스로 증득(證得)함을 표현하더라도 옳지 못하니 종사가(宗師家)에서는 이 공하여 말이 없는 것을 도(道)라고 하지 않나니 공은 도가 아니며 공은 성리(性理)도 아니니 비유하건대 허공이 자체가 군상(群相)이 아닌 것과 같아서 각(覺)의 성리 또한 그렇다.
그러나 몸을 굴릴 일구(一句)를 무어라 해야 하겠는가. 다시 일구를 기다려서 깨달은 뒤에 수련하는 방법을 간략히 적어 보내 드릴까 하나이다.
고양이를 베인 일은 불조(佛祖)와 산하(山河)가 저 남전(南泉)15) 에게 목숨을 빌 일이나 조주(趙州)가 신발을 이고 나간 구절은 이 일이 아니니 깊이 생각하시오.
이만 줄입니다.
2955년 정월 15일
용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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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9)
[원문]
有問에 不可無答故로 玆葛藤一上地
一. 漆桶에 轉生光이로다 咄
二. 親言이 親口出이로다 又築着磕이니라
三. 我는 不會神佛하노라
四. 從前得渠力이니라
五. 一毛頭上에 定乾坤이나라
六. 盌達丘이니라
七. 識得木上座也未아
八. 野老는 不知皇恩力하고 鼕鼕打鼓祭江神이로다
  會麽아 左右에 逢具原이니라
九. 手執夜明符하니 幾人이 知天曉오
十. 杖挑日月하고 手把握乾坤이니라
十一. 三頭六臂雷目嗔이로다 會麽아 棒打不開하고 刀割不斷이니라
十二. 在鼻炎上이니라
十三. 吸呵飛鳥落하고 吐出日月明이니라
十四. 好箇惡魔鬼로다
十五. 好箇安身立命處로다
十六. 三界都盧一占心이니 敢道萬法唯識麽아 咄
十七. 處處緣楊堪繫馬오 家家門外透長安이니라p.284
十八. . 着鼻孔去이니라
十九. 夜叉空裏走이니 又會得方寸裡否아
二十. 芍藥花開菩薩面이오 棕櫚葉散夜叉頭이니라
二十一. 恁麽問頭가 甚分明하다
二十二. 自携餠去沾酒村이러니 還來着衫作主人이로다
二十三. 夢裡惺惺하다
二十四. 水上에 浮泡하니 誰知唯水造오 會得鐵上座也未아
二十五. 還知蒲盧栖否아
所問하신 各條에 對하야 仔細히 說明하기가 非不難이나 然이나 身繫單獨事務하야 事多疊出故로 不能廣長舌相說去也니 以是諒燭焉하옵소셔 若意理說明則 則不如是也이니다 餘不備伏唯
十二月 三日
生 白龍城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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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물어 옴에 답이 없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에 이렇게 갈등을 적어 보냅니다.
하나. 칠통에서 빛이 나도다. 쯧.
둘. 친절한 말이 친절한 이의 입에서 나오도다. 또 꼭 들어 맞도다.
셋. 나는 신불(神佛)을 모르노라.
넷. 종전에 그의 힘을 얻었느니라.
다섯. 한 터럭 끝에 하늘과 땅을 정하였느니라.
여섯. 소용없는 물건이니라.p.285
일곱. 나무 방망이를 아는가 모르는가.
여덟. 야로(野老)는 황제의 은혜를 모르고 북을 두드리며 강신(江神)에게 제사를 지낸다. 알겠는가. 어디에서나 그 근원을 만나느니라.
아홉. 야명부(夜明符)를 손에 잡고 있으니 몇 사람이나 날이 샌줄 아는가.
열. 지팡이에 해와 달을 걸고 손으로 하늘과 땅을 잡노라.
열하나. 머리는 셋, 팔은 여섯으로 번개 같은 눈을 부릅뜨도다. 알겠는가. 방망이로 쳐도 열지 못하고 칼로도 자르지 못하도다.
열둘. 코 위에 있느니라.
열셋. 숨을 들여 마실 때는 나는 새도 꾸짖어 떨어뜨리고 내쉴 때는 해와 달을 뱉어내어 밝게 한다.
열넷. 바로 이 악마귀신이로다.
열다섯. 바로 이 안신입명처로다.
열여섯. 삼계가 온통 한 점의 마음이니 감히 만법을 유식(唯識)이라 하겠는가. 쯧.
열일곱. 처서에 버드나무는 말 매기 좋고 집집마다 대문은 장안으로 통해졌네.
열여덟. 콧구멍을 막아버려라.
열아홉. 야차가 허공으로 달리니 방촌(方寸)속을 알겠는가.
스물. 함박꽃이 피니 보살 얼굴이요. 종려나무 잎새가 흩어지니 야차의 머리로다.
스물하나. 이렇게 묻는 것이 심히 분명하다.
스물둘. 떡을 가지고 주촌(酒村)에 가더니 돌아올 땐 적삼을 입고 주인p.286이 되어라.
스물셋. 꿈속에도 또렷또렷하다.
스물넷. 물위에 뜬 거품이니 뉘라서 물이 그렇게 된줄 알리요. 쇠몽둥이를 알겠는가.
스물다섯. 도리어 포단을 아는가.
물어오신 각 조항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으나 그러나 몸은 단독으로 사무에 매여 있으니 일이 많고 복잡하여 광장설로 설하여 보내지 못하였으니 이 점을 양해하시오. 만약에 의리(意理)로 설명하면 옳지 못합니다.
이만 줄이오니 잘 알아서 하십시오.
12월 12일
생 백용성 답장 올림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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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10)
[원문]
余 中宵明月에 四隣이 寂寂이라 頹臥窓下하야 閱覽月報라가 至暎湖生의 論唯心唯識之說하야 不覺絶倒호라(月報十三號) 彼云 心是意의 心이요 識是意의 識이라 하니 非但禪不明了라 敎理에 亦不明了로다
何者오 意是心之主오 意是識之主라 一意之下에 心識兩端이니 汝道하자 佛意가 果若是乎아 所謂三界唯心者는 乃一眞心也오 非意之心也니 三界全是 唯心大光明體故也니라 故로 云 通玄峰頂은 不是人間이라 心外에 無法하니 滿目靑山이라 하며 又云 風柯月渚는 顯露眞心하고 翠竹黃花는 宣明妙法이라 하시니 汝道하라 三界唯心者가 豈意之心乎리오 又萬法이 唯識者는 乃第八識也니 意是八識의 所變이요 非意之識也니 萬法이 唯以妄識故也니라 又錯認 丹霞頌云隨聲逐色이라 하니 頌意가 果若是乎아
諸祖師之頌이 有多般하니 或頌唯識者하며 或但頌唯心者하며 或但頌唯識者하니 丹霞는 但頌唯心也시니라 所謂靈然不涉去來하니 三界都盧一點心이로다(可知也) 檻外桃花春蝶舞하고 門前楊柳 曉鶯吟者는 不是隨聲逐色之謂也라 是塞眼非色이요 滿耳非聲也니라 又心外에 無色이라 色全是色이니 檻外桃花春蝶舞요 盡世界風流어늘 暎湖生이 不知謾解하니 尤甚可笑也로다
又錯認馬祖의 所示 大梅因緣云(月報十六號) 佛是覺義라하니 此是敎義오 非宗師示法之樣子也니라 譬之於水컨댄 不論動靜淸濁p.288하고 但云水라하나니 有甚閒話於其 間哉리오 大凡宗師示法이 如依 天長劍하여 如擊石火閃電光이어던 承當者가 如電光裡穿針相似하나니 那時에 何得貶眼看이리오 不論本覺始覺하며 不論眞覺妄覺하며 又不論性相體用本末하고 如百萬斤金剛鐵鎚로 頓放面前則 肩擔走了百千萬億恒河沙世界之外하야 少無波惱하노니 野狐精靈之輩가 豈能鑽龜打瓦哉리오
近來에 或有以昭昭靈靈目前鑑覺으로 爲道者가 多하니是甚可 憐愍者也로다 又錯認南泉和尙의 見此一株花 如夢相似之語하야 自將誤解云 詩人이 見花看花하고 見竹看竹하야 如夢中人이 瞪憧恍惚相似함으로 因物見性을 不能하고 엇지 此妙理를 能悟하리오 하니 又南泉意는 未夢見在로다 還會得南泉意旨麽아 不惜眉毛하고 爲爾註釋하리라 如夢相似者는 以無心으로 解道함이 如夢相似할새 是猛手毒棒으로 換却眼晴耶아 指庭前一株花者는 莫是牧丹麽아 咄 不要註脚하노라 余 如此註脚者는 不得已之事也니라
昔에 法眞一禪師 見碧巖錄 三十卷하시고 瞎却後人이라 하야 擊碎板本이나 然이나 已布天下에 何오 後萬松覺雲等諸師가 依碧巖錄하야 著錄이나 文義深廣하야 難以解得일새 邪師之輩가 各出 一隻乎하야 以聰明意識으로 畵蛇爲足하야 那句는 是三玄이요
那句는 是三要라 하야 曲註邪解가 滔滔漫漫하니 此之邪見으로 能免生死乎아 無一念參句之心이어니 那時에 透得祖關乎아 自肯會禪門語句나 除去覺雲說話와 自坡私記이면 朦然不曉也며 又除去 體用機用等語句면 又却不知也가리니 莫道自肯하라 又諸方參學道人을 言必則無識이라 하니 上古佛祖聖人도 亦若是乎아 又諸方參p.289 學道人이 盡其無識哉아
暎湖生이 如月報中에 以最毒之心으로 亂筆編成하야 以六種之語句로 猛斥禪宗의 參學道人하니 如人唾空에 還墮己身은 必難免也리라
文殊云 若人이 靜坐一須臾하면 勝造恒沙七寶塔이니 寶塔은 畢竟碎爲塵矣어니와 一念淨心은 成正覺이라 하시니 是映湖生의 着眼之處也라 하노라
八月 十二日
朝鮮禪宗 中央布敎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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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龍城
[번역문]
어느날 달밝은 밤, 사방은 적적한데 창가에 비스듬히 누워 월보(月報)16) 를 읽다가 영호생(暎湖生)의 논유심유식지설(論唯心唯識之說)에 이르러 갑자기 기절할듯이 놀랐다.(月報十二號)
그가 이르기를 마음은 뜻의 마음이요 식(識)은 뜻의 식이라 하니 다만 선(禪)만 분명하게 알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교리(敎理)에도 또한 분명치 못한 것이다.
왜 그런가, 뜻은 마음의 주인이요 뜻은 식의 주인이라 일의지하(一意之下)에 심식양단(心識兩端)이라 했으니 말해 봐라. 부처님의 뜻이 과연 이러한가. 이른바 삼계(三界)17) 가 오직 마음이라 한 것은 일진심(一眞心)이요 의지심(意之心)이 아니니 삼계가 온전히 유심대광명체(唯心大光明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르기를 통현(通玄)18) 의 절정이여, 인간의 일이 아니네. 마음밖p.290에 또 다른 법이 없음이여, 푸른 산이 눈에 차누나 하였으며, 또 이르기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달빛 어린 물가여, 이것이 진심(眞心)이며 푸른 대와 누른 꽃이여, 미묘법의 표상(表象)이어라 하시니 말해 봐라. 삼계가 오직 마음이라 한 것이 어찌 뜻의 마음이겠는가.
또 만법(萬法)이 유식(唯識)이라 함은 제8식(第八識)19) 이니 뜻은 8식의 변한 바요, 뜻의 식이 아니니 만법이 오직 망식(妄識)이기 때문이다.
또 단하(丹霞)20) 의 송(頌)을 그릇 알아서 빛과 소리를 따랐다고 말했는데 송의(頌意)가 과연 그러한가. 제조사(諸祖師)의 송이 여러 가지가 있으니, 혹은 유심유식(唯心唯識)을 송하였으며, 혹은 유심(唯心)만을 송하였으며, 혹은 유식만을 송하였으니 단하는 다만 유심만을 송하였다.
이른바 신령하여 가고오는데 관계 없으니 삼계(三界)가 다만 한 점의 마음이더라(이것으로 단하가 유심만을 송한 줄 알겠다). 난간 밖의 복사꽃이 봄나비 춤을 추고 문앞 버들가지에 새벽 꾀꼬리 운다 하였으니 이것은 빛과 소리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 이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빛이 아니요 귀에 가득한 것이 소리가 아니다.
마음 밖에 빛이 없으니 빛은 온전히 빛이라 난간 밖의 복사꽃에 봄나비 춤을 추고 마음 밖에 소리가 없으니 소리는 온전히 소리라 문앞 버들가지에 새벽 꾀꼬리가 운다 하였으니 이것은 천지가 혼연히 가무(歌舞)요 온 세계가 풍류어늘 영호생이 알지 못하고 부질없이 해석하니 더욱 심히 가소롭도다.
또 마조(馬祖)가 대매(大梅)21) 에게 보인 인연을 잘못 알고(월보십육호) 불(佛)은 각의(覺義)라 하니 이것은 교의(敎義)요 종사(宗師)의 법을 보이는 모습이 아니니라. 물에다 비유하여 보자. 움직이고 고요하고 맑고 탁하고p.291를 논하지 않고 다만 물이라 하나니 무슨 쓸데없는 말을 그 사이에 하리요.
대개 종사(宗師)가 법을 보임은 저 하늘에 빗긴 긴칼 같아서 돌이 부딪쳐 불이 번쩍하고 번개불이 번쩍하는 것과 같은 것이어늘 알아차리는 이도 번갯불에 바늘귀를 꿰는 것과 같아야 하나니 어느 틈에 눈을 뜨고 볼 여유가 있겠는가.
본각(本覺)과 시각(始覺)을 논하지 않으며, 진각(眞覺)과 망각(妄覺)을 논하지 않으며, 또 성상(性相)과 체용(體用)과 본말(本末)을 논하지 않고, 저 백만근이나 되는 금강철퇴를 면전에 가져다 놓으면 어깨에 매고 백천만억 항하사세계 밖으로 달아나도 조금도 피곤함이 없나니 들여우 정령(精靈)의 무리들이 어찌 능히 거북등을 뚫고 기왓장을 치리요.
근래에 간혹 소소영령하여 눈앞에 환하게 느끼는 것으로 도를 삼는 이들이 많으니 이들은 심히 가련한 자들이로다.
또 남전화상(南泉和尙)의 이 한 그루 꽃을 보기를 꿈과 같다고 한 말을 잘못 알아서 스스로 오해하기를 그때 사람이 꽃을 꽃으로 보고 대를 대로 본다 하여 저 꿈 가운데 사람이 눈을 뜨고 황홀해 함에 물건으로 인하여 견성(見性)을 능히 하지 못하고 어찌 이 묘리(妙理)를 능히 깨달으리요 하니 또한 남전의 뜻은 꿈에도 보지 못하였도다.
도리어 남전의 의지(意旨)를 알겠는가. 눈썹을 아끼지 않고 너를 위해 주석(註釋)을 달겠노라.
꿈과 같다는 것은 무심으로 도(道)를 앎과 꿈과 같을새 이 맹렬한 수단과 독한 방망이로 눈동자를 바꾸어 놓은 것이 아닌가. 쯧. 주각(註脚)을 달 필요가 없노라. 나의 이와 같은 주석은 부득이 해서 하는 일이니라.
예전에 법진수일선사(法眞守一禪師)22) 벽암록(碧岩錄)23) 30권을 보p.292고 난 뒤 뒷사람들의 눈을 멀게 할까봐서 판본(板本)을 두드려 부쉈으나 이미 천하에 배포(配布)된 뒤이니 어쩌겠는가. 뒷날 만송(萬松),24) 각운(覺雲)25) 등 스님들이 벽암록을 의지하여 저술을 하였으나 글 뜻이 깊고 넓어서 해득하기가 어려울새 삿된 무리들이 각각 한 솜씨를 내서 총명의식으로 뱀을 그린 뒤 두 발을 달듯이 어느 구(句)는 삼현(三玄)이요 어느 구는 삼요(三要)라 하여 그릇된 주석과 삿된 견해가 넘실거리니 이러한 삿된 견해로 어떻게 능히 생사를 면할 수 있겠는가.
한 생각도 참구(參究)하려는 마음은 없으니 어느 때에나 조사관(祖師關)을 뚫겠는가. 스스로 선문어구(禪門語句)를 아는 듯하나 각운설화(覺雲說話)백파사기(白坡私記)26) 를 제거하면 막연하여 모를 것이며, 또한 체용(體用)과 기용(機用) 등의 어구(語句)를 제거하면 또한 아지 못할 것이니 스스로 긍정한다 하지 말지니라.
또한 제방의 참학도인(參學道人)을 말할 때는 반드시 무식하다 하니 위로 불조성인(佛祖聖人)도 역시 그렇단 말인가. 또한 제방의 참학도인이 정말로 다 그렇게 무식하단 말인가.
영호생이 저 월보(月報) 가운데 가장 독한 마음으로 어지럽게 편성하여 여섯 가지의 어구로 맹렬히 선종(禪宗)의 참학도인을 배척하였으니 공중에 침을 뱉음에 도리어 자기의 몸에 떨어지는 것은 반드시 면하기 어려운 일이로다.
문수(文殊)가 이르시되 만약 누구 잠깐이라도 고요히 좌선(坐禪)하면 항하사만큼의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나으리라. 보탑은 필경 부숴져 티끌이 되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정각(正覺)을 이룬다 하시니 이것이 영호생의 착안(着眼)해야 할 곳이라 하노라.p.293
8월 12일
조선중앙포교당
백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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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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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11)
[원문]
지난해 경성(京城) 백용성스님 자기 사진에 스스로 찬영(讚影)하기를

水水山山爾形
花花草草爾意
等閑來等閑去
明月照淸風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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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물과 산은 너의 모습이며
꽃과 풀은 너의 뜻이로다
한가로이 오가니
밝은 달 비치고 맑은 바람 불어 오네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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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12)
[원문]
紙墨合成 非山非水 影子獨露 非花非草 山是山 水是水 花自花 草自草 是山水耶 師之形耶 是花草耶 師之意耶 咦 山高水流 花紅草錄 何者形 何者意 更道師之形意 又一讚曰

宇宙隻眼
何形何意
來耶去耶
水流花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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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내가 평하기를 종이와 먹으로 합하여 놓았으니 산도 아니고 물도 아니다.
영정이 독로(獨露)하니 꽃도 아니고 풀도 아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일 뿐이며 꽃은 제 스스로 꽃이며 풀은 제 스스로 풀인데 이것이 산과 물이냐. 이것이 스님의 모습이냐. 이것이 꽃과 풀이냐. 이것이 스님의 뜻이냐. 억!
산은 높고 물은 흐르며 꽃은 붉고 풀은 푸른데 어떤 것이 모습이며 어떤 것이 뜻인가. 다시 스님의 형의(形意)를 일러 보시오. 또 일찬(一讚)하기를

우주가 한쪽 눈이니
무슨 모습과 뜻을 말할 게 있나
오는 것이냐 가는 것이냐
물이 흐르고 꽃이 피네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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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경봉스님에게 (13)
[원문]
如此히 付送이러니 答來曰 (問時에 敎堂新建長廣과 我安居處有無를 물었다.)
回見案上書函而歡喜累日了 然而나 老漢은 久埋塵堆에 但貪嗔 煩惱로 送過而那知佛祖之道理耶아 所築敎堂은 不是廓周沙界之 聖伽藍이요 亦不是蜼螟眼睫之窄不滿者니 但瓦石土木으로 合成而已也 所送眞讚은 感荷感斯了 堂之縱廣이 正等하야 各九九六六이니 任公安居云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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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이와 같이 적어 보내니 답이 왔다(새로 짓는 포교당의 길이와 폭 그리고 내가 안거(安居)할 곳이 있는가를 함께 물었다.)
보내온 글을 책상 위에 두고 며칠을 보며 즐거워하였소. 그러나 이 늙은이는 오랫동안 번거로운 곳에 휩쓸려서 탐진번뇌 속에 지내고 있으니 어찌 불조의 도리를 알겠소. 짓고 있는 포교당은 확주사계(廓周沙界)의 성스러운 가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루살이의 눈썹만큼이나 좁은 곳도 아니라 그저 기왓장과 돌, 토목 따위로 합해서 짓고 있소. 보내온 진찬(眞讚)은 감사하고 감사하오. 교당의 너비는 반듯하게 각각 9966이니 안거하는 것은 스님이 알아서 하시오.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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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스님이 용성스님에게 (14)
[원문]
拜承 尊翰하오니 感謝하오나 塵堆와 貪嗔煩惱를 善爲生解分別하시고 敎堂의 長廣을 如此히 測量하신다고 大端受苦를 하였아오니 日後에 一斝淸茶로서 慰勞가 없을 수 없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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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
존한(尊翰)을 절하고 받아오니 감사하오나 진퇴(塵堆)와 탐진번뇌를 잘 분별하시고 교당의 너비를 이렇게 측량하신다고 대단히 수고를 하였사오니 뒷날 한 잔의 좋은 차로서 위로가 없을 수 없나이다.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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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운스님이 용성스님에게 보낸 편지(3건)
첫 번째 간찰(1924.4.7)
소장 ; 죽림정사(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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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서울에 계실 적에 제가 머물고 있는 사찰[禪扉]에 방문하여 잠시나마 대사의 광명당(光明幢) 모습을 뵐 수 있었으며, 또한 선사의 법미(法味)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헤어진 후 다시 만나 뵙지 못한 채 남쪽으로 돌아가 머무는 바람에 지금까지 대사를 향한 그리움 멈출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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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前在京時 往敲禪扉 暫得候師光明幢相 又嘗法味 相退之後 更不能再叩 仍回南 爲足錫 至于今 景仰之懷 未嘗間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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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가운데 뜻밖에 감사하게도 금강경(金剛經) 두 권을 보내주어 이를 받들어 읽어보았더니, 마치 기환정사(祗桓精舍)27) 에서 선사의 법의(法儀)를 직접 뵙고 친히 가르침을 받는 듯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분석하고 분류하여 설명한 것이 어찌 이리도 상세하고 분명하단 말입니까. 비록 어리석은 보통 사람이 보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숙세(宿世)를 통해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은 자가 아니면, 어찌 능히 이와 같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영산(靈山) 말회(末會)에서 우리 부처님의 부촉을 받고서 500년 후에 응현(應現)28) 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그라진 지혜의 횃불[慧炬]29) 이 다시 밝아지고, 멈추었던 진리의 바람[眞風]이 다시금 일어난 것과 같으니, 진실로 제일의 희유(稀有)한 공덕(功德)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의 책상에 이들 세 가지의 경(經)을 놓고 보니, 반야(般若)의 소리가 마치 좌우에서 울리는 듯합니다. 비록 옛날에 야부(冶父)30) 와 종경(宗鏡)31) 선사의 설명이라 할지라도 이보다 더 나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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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玆意表 奉讀惠送金剛經二卷 如對法儀於祗桓精舍 親炙敎誨 何其科敍之條分縷析 如此旽詳耶 雖以愚夫愚女之眼目 可得以參聽 如非宿資靈悟 焉能如是 必是更吾佛叮囑於靈山末會 應現於後五百歲 使此慧炬滅而復明 眞風息而重扇 實是第一希有功德也 置諸案上 宛有三種 般若之聲 如震於左右 雖以昔日冶父宗鏡之敍 無賢於此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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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에 이 편집하고 있는 일을 다 처리하고 대사께서 계신 선방에 나아가 의문이 드는 것을 더욱 상세히 질문하고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또한 대중에게 강의를 한답시고 이리저리 허우적대며 애만 쓰고 있는 것이 오래인데, 아직까지도 이러한 경지에 깊게 들어가지 못하였습니다. (보내준 책을 보고서) 비로소 옛날 방편에 빠져 정작 목표를 잃는[執筌爲魚] 실수를 범하고 있는 것을 알았으니, 오히려 모래를 끓여 밥을 짓고 창호지를 뚫으려는[蒸沙鑽紙]32) 무리보다 더 어리석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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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何日執此所編 請益於敢筆宴坐之下 小納亦講海餘滓入海算沙者有久也 而未能深造于此境 始知昔日執筌爲魚之失 猶勝於蒸沙鑽紙之輩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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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세세한 내용은 3월에 서로 만날 때 나누기로 하고, 이만 줄입니다. 삼가 잘 살펴봐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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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在三月相照 不及縷縷 伏惟下照 上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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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甲子, 1924)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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陰甲子四月初七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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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납(小納) 김경운(金擎雲) 배상(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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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納金擎雲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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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간찰(1924.6.29)
소장 ; 죽림정사(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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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찌나 뜨거운지 마치 화롯불과 같아서 돌아가거나 피할 곳이 없는 이때에 우리 대사께서는 확탕(鑊湯)지옥33) 과 노탄(鑪炭)지옥34) 속에 청량(淸凉)한 깃발을 우뚝 세워 법계의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몸과 마음을 의지하게 하나니, 일찍이 영산(靈山)의 법석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으신 분이 아니라면 어찌 능히 이와 같이 미혹한 곳에 빠진 중생들의 훌륭한 뗏목이 될 수 있겠습니까[迷津寶筏].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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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界伊麽熱 猶如烘爐 無回避處 遙想吾師 特立淸凉幢於鑊湯鑪炭裏 使法界衆生 皆欲依歸 如非曾承佛囑於靈山法席 焉能如是作迷津寶筏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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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지난번에 원각경(圓覺經)을 보내주어, 이를 받들어 몇 행을 찬찬히 읽어보았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지혜의 눈[覺眼]이 모두 열려서 마치 광명장(光明藏)36) 에 들어간 듯하였습니다. 12보살[大士]이 서로 열띤 논쟁을 벌인 내용들을 들었는데, 그 내용이 조리 있고 분명하였으며 매우 정밀하면서도 세밀하게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과목을 세우고 요점을 파악한 것은 오히려 규봉(圭峰)선사의 장구(章句)보다 나은 듯 보였습니다. 어리석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안목으로는 소성(小聖 : 小乘)의 무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알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영역은 감당치 못합니다.37) 대지의 함령(含靈)들로 하여금 각기 안신입명(安身立命)38) 의 방편을 얻게 하였으니, 그 불법(佛法)을 가르친 공덕은 비록 옛날 다년 간 강론을 펼친 능숙한 강백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입해산사(入海算沙)39) 하는 노고의 첫째 자리를 양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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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送圓覺經 奉覽數行 不覺覺眼俱開 如入光明藏中 聞十二大士互相激湯之說 其條分縷析 立科剖節 猶勝於圭峰章句 至若以愚夫愚女之凡眼 能寓意於小聖輩 未敢措懷之域 使大地含靈 各得安身立命之方 其法施之功 雖以古之積年講伯 猶讓一頭於入海算沙之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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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께서 어느 때 올라오셔서 이곳을 찾아와 다시금 광명의 깃발[光明幢]을 뵐 수 있을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언제쯤 필발라굴(畢鉢羅窟)40) 에서 찾아뵙고 소리 없는 계곡[無響之谷]에서 대법라(大法螺)의 소리를 듬뿍 듣고서, 여러 겁 동안의 무명(無明)을 씻어내어 비로소 일보(一步)를 내딛어 보현(普賢) 모공찰(毛孔刹)에 바로 들어가 능히 선재(善財)동자의 일생 원광겁(圓曠劫)의 과(果)를 함께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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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知那時 飛錫上路 更瞻光明幢 拜於畢鉢羅窟中 飽聞大法螺於無響之谷 洗我積劫無明 始肇一步之濶 遽入普賢毛孔刹中 能與善財一生圓曠劫之果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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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나이 이제 73세라 죽을 때가 멀지 않았는데, 스스로 돌아보건대 생사(生死)의 굴레에 맞서 벗어날 만한 일이 한 가지도 없습니다. 눈은 어두워져 침침하고 손은 덜덜덜 떨려서, 마치 등불에 금방 타 죽을 불나방 같습니다. 그저 포단에 오래도록 누워서, 다만 다과(茶果)만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부디 우리 대화상(大和尙)께서 오른손을 멀리 뻗으셔서 위험에 빠져 꿈틀대는 저희들을 건져내어, 함께 고해(苦海)를 건너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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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納年當七三 火消不遠 而自顧胸中 無一事可敵生死 眼花手顫 如經燈殘蛾 長臥蒲團 祗索茶餠而有耳 望我大和尙遙伸右手 拯此蠢蠢於阽危之際 共超苦海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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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세세한 내용은 3월에 만나 뵐 때 하기로 하고 다 갖추지 못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삼가 잘 살펴봐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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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在三月相照 不備 伏惟下照 上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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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陰) 갑자(甲子, 1924)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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陰甲子六月念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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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납(小納) 김경운(金擎雲)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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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納金擎雲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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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간찰(1925.9.그믐)
소장 ; 죽림정사(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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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의 소식이 오래도록 끊겨서 몹시도 그립고 우울하였던 차에, 도봉(道峰)에서 고회(高會)41) 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팔도[八表]의 승려들이 그곳에 구름과 같이 몰려 들어서, 마치 별들이 북극성을 향하는 것과 같았으며[如星拱北],42) 왕후와 후비가 황제에게 조회하듯 하였다고 하니, 이른바 용이 날아오르자 구름이 따르고 호랑이가 울부짖자 바람이 인다고 할 만합니다. 이 어찌 불법(佛法)의 대운(大運)이 이르렀다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과 하늘이 함께 감응하고 이승과 저승이 같이 귀의하니, 대화상(大和尙)께서 일찍이 영산(靈山)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극심한 고통의 바다에 이와 같이 청량한 깃발[淸凉幢]을 세워서 번뇌에 허덕이는 무리들로 하여금 모두 귀의할 바를 얻게 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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赫蹄久絶 不勝悵仰 伏聞設高會於道峰 八表衲子雲奔於所召 如星拱北 如后朝京 可謂龍飛而雲從 虎嘯而風生 無乃佛法大運所至 人天響應 幽明共歸 如非大和尙曾更叮囑於靈山 焉能如是竪淸凉幢於熱惱海中 使此未稟迷津之徒俱得所歸處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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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후삼(前三後三)43) 중에 반드시 한마디 말에 바로 활안(活眼)44) 을 번쩍 뜰 자가 있어서, 보리명경(菩提明鏡)을 영원토록 이을 것이니, 어찌 황매산[黃梅]의 7백 고승 가운데서 오로지 뛰어나기만을 힘쓸 뿐이겠습니까. 저 멀리 백운(白雲)에게 예를 드리고, 간절히 감축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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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三後三之中 必有開活眼於一言之下者 長菩提明鏡之作 奚獨專媺於黃梅七百雄德之中歟 遙禮白雲 預切贊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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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입으로만 중노릇 하며 갖은 실수를 범하는[杜撰]45) 무리로, 저승의 명부에 누락되어서 아직까지 총림(叢林)에 머물러 있습니다. 매일매일 아침 다과 후에 초학(初學)의 무리들과 어울려 어노(魚魯)46) 의 사이에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뒤엉켜 지내고 있습니다. 스스로 그 행태를 살펴보니, 마치 초승달을 낚아채어 움켜쥐려는 늙은 원숭이와 같이 헛된 일에 힘을 쓰는 자일 뿐입니다. 원컨대 이 몸이 죽기 전에 현풍(玄風)이 크게 일어나고 혜거(慧炬)가 다시 밝아지는 날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조물주의 시기함으로 인해 제가 죽기 전에 그렇게 되지는 못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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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納以口稱剃頭杜撰之類 漏籍閻羅 劣在叢林 逐日朝茶後 與初學輩象頭相命於魚魯之間 自顧其顔 如撈摝明月之老猴 徒費勞力者耳 願此身幾年毋死得見玄風大振慧炬復明之日 而造物多猜不可得以必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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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곳 사찰의 정암(靜菴) 선사가 대사께 참례할 뜻이 있다고 하기에 방문하는 편에 보내느라 급하게 일부분만 적어서 보냅니다. 이만 줄입니다. 삼가 잘 살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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適有本山靜菴禪師往參麈下之意 飛錫發行故 聊陳一徯 伏惟下照 上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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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축(乙丑, 1925)년 9월 그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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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丑陰菊月晦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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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납 김경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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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納金擎雲上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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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 입적시의 조문
滿空 弔問(1940.4)
소장 ; 죽림정사(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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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화상께서 열반하셨도다         龍城和尙遷化歟
공적으로는 바늘 하나도 용납하지 않으셨으나 官不用針
사적으로는 마차가 지날 정도로 화통하셨네  私通車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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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967년 경진 2월 29일
소납 만공 삼가 지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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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紀二九六七年庚辰二月二十九日
小衲滿空 謹疏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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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예산군 정혜사 전월사에서 송 만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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禮山郡定慧寺轉月舍 宋滿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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曉峰 弔問(1940.4)
소장 ; 죽림정사(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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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 대선사(1864~1940)께서 적멸하셨다는 소식을 받들어 보고 향을 피우고 시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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龍城大禪師寂音乃拈香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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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람 한강 가에 불어대니      黑風吹落漢江邊
구름 없는 깊은 밤에 둥근 달만 덩그러니. 雲散夜深孤月圓
어디로 가느냐고 고깃배에 물어보니    借問漁舟何處去
돌사람은 오래된 뽕나무밭 가리키네.   石人遙指老桑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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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삼일암47) 에서 효봉48)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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於松廣寺三日菴 曉峰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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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경성부 봉익동 2가49) 조선 불교 선종총림 청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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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城府鳳翼町二番地 朝鮮佛敎禪宗叢林 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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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성스님이 유성갑에게 보낸 엽서(2건)
첫 번째 엽서
제공 ; 조계종 중앙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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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자네의 편지를 보았으나 손수 붓을 들지 못한 지 오래된 것은 번뇌에 매달린 소치일세. 자네의 공부는 한결같이 나아지고 있는가? 근면하게 공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칠 길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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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次汝書得見, 而自手不得執筆已久者, 罣惱所致也. 汝做工一如進就耶. 勤勉做工切望不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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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겨울에 함양(咸陽)의 만수원(萬樹院)에서 동안거(冬安居)를 할 예정이네. 이제 알려주는 다음 행선지를 잘 알아두어서 더 이상 이곳으로 편지를 보내지 말고, 앞으로는 함양군(咸陽郡) 백전면(栢田面) 화과원(花果園)이라는 곳으로 통지하는 것이 좋겠네. 돌아오는 길에 돈을 부치려고 하니, 그리 알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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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則陰晦間, 咸陽萬樹院冬安居, 次發程以是相知, 而此處片紙中止. 自咸陽郡栢田面花果園處, 通寄爲好耳. 歸路付金爲料, 以此知之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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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吳氏)의 글씨는 얻기가 무척이나 어렵기 때문에 첨부하여 보내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리 알게. 나머지 형식을 다 갖추지 못하고 이만 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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吳氏之筆得之甚難故, 不得付送, 以此知之如何. 餘不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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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동경부 풍도구(토시마구) 장기중정(나가사키 중앙동) 일정목 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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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市 豊島區 長崎仲町 一丁目 二四九六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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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갑 즉견50)
경성부 봉익정 2가51)
백용성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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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聖甲 卽見
京城府 鳳翼町 二
白龍城
원문보기
두 번째 엽서
제공 ; 조계종 중앙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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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편지는 잘 받아보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는데, 공부는 진전이 있느냐? 아무 탈 없이 건강히 잘 지내느냐? 항상 염려하는 마음 절절할 뿐이다. 나는 근근이 그냥저냥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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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前 手書는 知悉而日氣漸寒 做工이 日時進就否아 身上無故淸凉耶아 恒念切切耳 老師는 僅僅前樣而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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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자네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미 사정을 말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듯하다. 사실은 군의 요청에 응하여, 형편이 되면 얼마간이라도 돕고자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 만주에 있는 교당(敎堂)을 새로 짓는 일에 지장이 생겨서 많은 돈이 허비되었고, 그러던 중에 또 화과원(華果園)52) 에도 올해는 흉년이라, 추수한 수입이 반으로 줄어 참선 모임도 운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리하여 경제사정의 곤란함이 날이 갈수록 더욱 심해, 도움을 줄 수 없어 대단히 미안하다. 이 후에는 이러한 일로 요청할 생각은 접어두고, 힘든 공부라 하여도 정진하여 성취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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比에 君傳書中에 已陳實情이러니 不得通知인듯하니 事實은 君의 所請에 應하야 形便이 小分만 有하면 多小間同情코자 有意하여듯니 近日 滿洲에 敎堂 新建事에 支障이 生하야 多數한 金錢이 虛費케되 中에 華果園에도 今年 凶年이라 秋收入이 半减이나되야 禪會도 할 수 없고 떠라서 經濟困難 이日日益甚하와 如意케 못하와 大端 未安하오 日後는 此에 要求할 生覺은 斷念하고 될 수 잇는 대로 苦學이라도 잘 工夫成就하기를 切祝切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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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다 갖추지 못하고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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餘不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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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이곳에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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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日 此處에 在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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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노사 용성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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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一月十三日 老師 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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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동경시 풍도구 장기중정 1정목 2496
류성갑 친전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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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市 豊島區 長崎仲町 一丁目 二四九六
柳聖甲 親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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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부 봉익정 2가 선종총림
11월 13일 백용성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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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城府 鳳翼町 二 禪宗叢林
十一月 十三日 白龍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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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智雨와 李範齋의 편지
李智雨와 李範齋(선암사, 칠전선원)가 용성스님에게 보낸 편지
제공 ;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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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엎드려 인사 올립니다. 그동안 연락을 자주 못해 어떻게 지내시는지 잘 모르고 지냈습니다. 새해에 선생님께서 대법(大法)을 맡으셨는데 몸은 편안하신지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모하는 마음 그지없고, 베풀어 주신 정성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소자의 먹고 자는 생활은 예전과 다름이 없고, 무엇인가 이룬다면 다행일 뿐입니다. 엎드려 아뢰옵기는 왼편에 서적의 이름을 적어놓았으니 이 책들을 주문합니다. 대금 1원(圓)과 우표[切手]를 우편에 동봉하오니, 간절히 부탁을 드립니다. 예를 다 갖추지 못하고 편지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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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伏未審新年先生任大法氣軆候一享萬康乎遠外伏慕區區無任下誠之至小子眠食如舊伏幸何達就伏白左記書籍玆以注文以代金壹圓切手代入郵便下附伏望不已餘不備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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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드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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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해일륜(覺海日輪)54) 2. 두 책 정도 되는 대로 조치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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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覺海日輪 一, 二冊間惟待處分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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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탁을 드려 거듭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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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悚伏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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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癸酉, 1933)년 2월 13일에 소자(小子) 이지우(李智雨) 상서(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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癸酉二月十三日 小子 李智雨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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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다시 엎드려 아뢰옵니다. 불교계의 모든 일들[諸節]이 선생님을 모시는데 편안한지요. 아울러 삼가 바라는 마음이 그치지 않기를 엎드려 빕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어떤 신사[某信士]가 선생님의 가르침 받기[膝下者]를 원한 것이 여러 해였으나, 거리가 멀어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선생님의 필적(筆迹)을 보고 싶다고 여러 차례 이 책을 부탁하였으므로 이와 같이 책을 주문한 것입니다. 이 일로 선생님께 부처님의 대자대비(大慈大悲)한 은택이 비추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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再伏白敎內諸節亦得侍安乎幷伏祝不已近處某信士願拜膝下者多年也遠距未遂願見先生之筆迹累累託之故如是注文以是下燭垂大慈大悲之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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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경성부 봉익동 2번지 대각교 중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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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城府鳳翼洞二大覺敎中央本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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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성 선생 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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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龍城 先生 下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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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군 쌍암면 선암사 칠전선원
이범재 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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順天郡雙岩面仙巖寺七殿禪院
李範齋 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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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월주 엽서
변월주 스님이 梁載國(華果院)에게 보낸 엽서
제공 ;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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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봉
咸陽郡 栢田面 華果院
朝鮮佛敎禪宗叢林
梁載國 回展

陜川郡 伽耶山 海印寺
法寶學院內
邊月舟 答

三月三十一日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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惠葉을 拜見하니 大端히 感謝하네. 這間에 做體健康하야 漸漸佳境에 進入하는 줄을 믿으며 道庵兄님과 太虛上人與林正士 各得安寧하신가. 任君의 親眷諸節도 一安하심을 祝企且賀耳. 病衲은 意外의 擔任으로 自分上工夫에는 不無障碍나, 于先 隨錄而已. 此 學院은 現在 二年級까지인데 外科는 高等普通科요, 內科는 自初心至金剛인데, 初期임으로 活氣는 如意치 못하나, 眞實味는 滿點일세. 近日試驗이 끝나고 道場散步가 매우 興味있네. 餘不多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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